[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의 미래
21세기를 학자들은 정보화시대라고 명명하고,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정보화라는 말이 속도의 다른 말이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인터넷은 시공을 초월하여 생각지도 못한 세상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 인공지능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언어교육은 정보화를 이념보다는 기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현실, 메타버스, 인공지능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이념입니다. 즉 이데올로기입니다. 최신의 도구를 활용하여 또는 새로운 도구의 장점을 받아들여 언어교육의 이념을 디자인하고 추구하여야 할 때입니다. 정보화 시대가 우리에게 준 혁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공을 넘어섬으로써 우리는 그전에 바라보지 못한 세계를 쉽게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내 속에 갇혀있던 사고가 넓어지고 있는 겁니다. 하나 됨을 강조하는 일률성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언어 교육에서 영어라는 국제적 통용어의 위력은 이제 약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쉽게 영어의 위력을 허물 수 있습니다. 대신 다양한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접근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힘 있는 외국어가 아닌 나와 다른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한국어도 힘 있는 언어가 아니라 배우고 싶은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매력적인 언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외국어 능력은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남보다 먼저 배우고 더 잘한 외국어는 취직과 진학에 도움이 되었고, 사업과 학문에 도움이 되었던 겁니다. 평가는 줄을 세우는 것이었으며 1점이라도 남보다 높은 사람이 앞서가는 구조였습니다. 영어는 이러한 언어의 대표였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은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른 채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더는 외국어는 경쟁의 목표 혹은 도구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외국어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도구이고, 위로의 도구가 될 겁니다. 달리 말하면 즐거운 소통이 될 겁니다.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협동과 조화의 현장이 됩니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 실수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즐거움이 됩니다. 따라서 평가도 남보다 잘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보다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핵심이 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얼마나 협동하였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얼마나 즐겼는가가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학문 목적 언어교육의 필요성을 급격히 약화할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쉽게 번역한 책이 앞에 있는데, 몇 년 동안 한 언어를 공부할 이유가 적어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 언어를 취미 목적으로 학습하는 열기는 높아질 것입니다. 외국어 공부를 좋아서 하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한국어가 세계에서 인기 있는 언어가 된 것은 학문적인 목적 때문이 아닙니다. 또한 취업 목적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노래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즐거운 언어 교육이 목적이 된 것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 한국어 덕분에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울증을 고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이 언어 교육이 나아갈 길을 보여줍니다. 이제 즐거움이라는 외국어 공부 목적에 맞게 교육과정도 달라져야 합니다. 더 쉽고, 더 재미있는 교재, 교수법, 교사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수많은 교실 활동, 교실 밖 활동에 대한 모색이 필요합니다. 언어 교육의 미래는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마음에 위로와 치유를 주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 미래 언어 교육 한국어 교육 외국어 공부